정부가 층간소음을 줄이고 건설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마련한 ‘표준바닥구조’가 오히려 아파트 분양가 인하와 층간소음 방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기준이 신기술을 쫓아가지 못할뿐더러 이를 적용하는 일선 행정기관이 규정에만 얽매여 유연성 전혀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선 공무원의 경직된 규정적용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세종시의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공무원 및 가족들이 층간소음에 노출되고 분양가 절감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본보의 취재결과 세종시 건설을 맡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아파트 신축시에 적용하고 있는 ‘표준바닥구조’는 층간소음을 줄이고 건설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표준바닥구조'는 지난 2009년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및 관리기준'에 따른 것으로 당시 바닥충격음 기준과 건설가격에 가장 적정한 기준으로 정해졌다.
이와 관련 세종시 아파트 신축 시행사인 LH공사 관계자도 31일 “층간소음 방지에 상대적으로 효과적이기 때문에 '표준바닥구조'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콘크리트 슬라브 210㎜(벽식 기준 무량판 180㎜, 기둥식 150㎜) 위에 마감몰타르(40㎜)와 경량기포콘크리트(40㎜), 바닥재(20㎜)가 각각 일정 두께 이상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준대로라면 아무리 뛰어난 층간소음방지 신기술과 건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공법 또는 자재가 개발된다 해도 기준에 정해진 두께를 충족하지 못하는 한 무용지물인 셈이다.
최근 행복청이 세종시에서 일부 아파트 신축공사를 맡고 있는 A건설사가 층간소음이 뛰어난 신기술의 신자재를 쓰겠다고 한데 대해 불허결정을 내린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기술은 공정단계에서 경량기포콘크리트가 빠지고 바닥재가 60~70㎜로 늘어나 '표준바닥구조'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신기술은 경량콘크리트와 바닥재를 하나로 합쳐 바닥작업에서 1단계를 줄이기 때문에 비용이나 공사기간 모두 줄이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 이는 곧 분양가를 내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해당 업체측의 설명대로라면 바닥공사에서만 공사비용을 약 45% 절감할 수 있다.
이 신기술은 또 바닥충격음 역시 경량충격음(가볍고 딱딱한 충격음)과 중량충격음(무겁고 둔탁한 충격음) 모두 국토부 기준에 부합하고 있으며 공사과정에 따라 더 우수한 층간소음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민간투자 공동주택을 짓는 건설사들이 속속 이 신기술을 적용하는 이유다.
건설사 관계자는 "많은 건설사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민간사업 아파트를 짓고 있고 또 짓기를 원하지만 '표준바닥구조' 때문에 기술을 쓰기가 어렵다"며 "이것은 비단 '표준바닥구조'의 문제라기 보다는 공무원들이 법규정에 대해 너무 보수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종시의 아파트 건설 시행사인 LH공사가 '표준바닥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에 시공사인 건설사가 이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관급 아파트공사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LH공사는 2011년 12월에 '인정바닥구조'에서 '표준바닥구조'로 기준을 변경했다.
'인정바닥구조'는 국토부가 정한 바닥충격음 기준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바닥구조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LH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표준바닥구조'가 층간소음 방지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되레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긴 공사기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편 국토부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및 관리기준' 개정안을 마련, 2014년 5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표준바닥구조'와 '인정바닥구조'의 개념을 합쳐 콘크리트 슬라브 210㎜와 소음 기준만 지킨다면 나머지 자재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처럼 기준을 개정하는 이유는 '표준바닥구조'의 문제점이 지적됐다기 보다는 층간소음 방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 구조의 장점만을 모아 층간소음을 더욱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12-23 16: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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