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헬기 소음 새 쟁점 부상

정부와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공사에 이용 중인 한전의 헬기 소음이 또다른 갈등을 촉발하며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13일 한전과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반대대책위는 한전이 지난해 10월 송전탑 건설 공사를 재개하면서 헬기로 건설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다. 한전은 현재 밀양시 단장면 14곳을 비롯해 상동면 7곳, 산외면 3곳, 부북면 2곳 등 4개 면에서 26기의 송전탑 건설 공사를 벌이면서 하루 평균 적게는60여 회에서 많게는 160여 회 가량 헬기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헬기가 산 위쪽에 위치한 송전탑 건설현장에 자재를 실어 나르기 때문에 평소 보다 낮은 비행으로 소음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헬기 소음이 90㏈(데시벨)를 초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은 헬기가 지나가면 심장이 떨리고 소화가 안 되며 머리가 아파 정상적인 생활을 할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아지 등 가축들도 헬기 비행 소리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가곤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 손희경(79·여) 씨는 "헬기 소리를 들으면 소변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목마저 타 들어가 죽을 지경"이라고 증언했다. 부산 가톨릭대 김화일 교수는 "헬기소음을 생활소음으로 볼 경우 주간 기준으로 65㏈을 넘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개선 명령 또는 조업 정지 등의 조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대책위는 이에 따라 이번 주 중에 주민 357명의 이름으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재정 신청을 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상경해 국회와 한전 앞에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투쟁도 전개키로 했다. 재정 신청을 받은 환경분쟁조정위는 수개월간 밀양 현장에 내려와 헬기의 이착륙 횟수와 헬기 비행 장소 및 주민과의 거리, 소음 수치 등을 조사한 뒤 피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 송전탑 현장은 경찰과 주민들의 충돌이 이어지고 주민이 잇따라 자살하는 등 고통과 분노, 슬픔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며 "정치권, 종교계, 시민사회는 더는 불상사가 없도록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