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신고했다가 경찰에 연행된 남성, 국가인권위 "현행범 체포는 인권침해"

층간소음 문제를 경찰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남성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A 씨(44)는 층간 소음 문제로 112에 전화 신고했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11시 18분 사이 윗집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최초 신고를 받은 서울 B 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윗집을 방문해 주의를 당부했으나 A 씨는 이후에도 소음이 계속된다며 7차례 신고를 추가로 계속했다. 그러나 경찰서 112 종합상황실은 이에 대해 단순 민원으로 판단, 관할 지구대에 추가출동을 지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8번째 신고 후에는 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이 A 씨의 집에 출동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A 씨가 바쁜 금요일 야간 시간을 골라 수차례 허위 신고를 해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으며, 제지하지 않으면 신고를 계속할 것이 명백했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A 씨는 "112에 층간 소음 피해 신고를 했다가 부당한 체포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A 씨는 또 "경찰관들이 중학생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내게 수갑을 채워 강제 연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7일 "층간 소음 문제와 경찰출동 지연에 대해 112에 8차례 반복 신고해 불만을 표출한 시민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 해당 경찰서장에게 담당 경찰관을 주의 조치하고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A 씨의 자녀들이 위층에서 소음이 계속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관은 한 차례 방문해 주의를 당부했을 뿐 달리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으므로 A 씨가 허위신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설령 층간소음이 없었다 할지라도 범죄의 명백성 등으로 볼 때 현행범으로 체포할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더불어 "A 씨의 신고로 순찰차가 1회 출동했을 뿐, 순찰 업무가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담당 경찰관이 진정인의 신원 및 거주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A 씨를 체포할 급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체포하지 않을 경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