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다 아랫집 주민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25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8)씨가 "징역 18년은 너무 무겁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2층에서 거주하던 A씨는 2013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집 주민과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1층에는 B(사망 당시 39세)씨가 어머니(여·67)와 함께 살고 있었다. B씨 가족은 A씨의 집에서 일부러 소음을 내고 있다며 일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귀마개와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이루는 지경이라고 항의했다. A씨는 자신의 집 내부를 폐쇄회로(CC)TV로 촬영한 영상을 반박 자료로 내놓으며 맞섰다. A씨는 자신의 가족들이 실내에서 생활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방음매트를 깔아놨고, 소음도 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B씨는 고성능 녹음기를 이용해 윗집에서 나는 소음을 녹음했고, 이를 주변 이웃들에게 알리고 다녔다. 양측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들이 서로 경찰에 신고한 건수만 16건에 달했다. 뿌리 깊은 불신과 증오는 결국 지난 6월 14일 살인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날 A씨는 자신의 집에서 B씨의 어머니를 비롯한 주민들과 반상회를 하고 있었는데, B씨가 또 다시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욕설을 했다며 A씨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쓰러뜨렸고, 화가 치민 A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들고 B씨 등을 위협했다. A씨는 이를 막아선 B씨의 어머니를 한 차례 찌른 다음 자신을 제지하던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씨의 어머니는 전치 4주에 그쳤으나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1심 재판부는 "층간소음 분쟁 과정을 보면 피고가 살인을 저지른 동기나 이유에 다소 참작할 만한 부분이 있고,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어떠한 이유로든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원심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서 그 결과가 매우 중하고 빼앗긴 생명을 돌이킬 방법이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12-23 16: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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