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누수·담배연기 갈수록 심각…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 1년간 1847건 상담

층간소음, 주차, 쓰레기 투기 등 이웃 간 일어나는 분쟁에 대해 전문가가 무료로 상담·조정해주는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이하 센터)가 지난해 6월 개소한 이래로 총 1847건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상으로는 ‘소음’ 상담이 679건(36.8%)으로 가장 많았고, ‘누수’ 상담도 376건(20.4%)이나 됐다. 그 밖에도 하수도·하자보수 등 시설 문제 151건(8.2%), 흡연·매연·악취 문제 101건(5.5%), 동물 문제 90건(4.8%) 등에 대한 상담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조정 절차를 신청한 경우는 196건이었고, 실제 변호사, 조정 전문가 등 전문 조정위원의 조정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한 사례는 58건으로 집계됐다.

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이웃 간 발생하는 다양한 생활 분쟁과 갈등을 대화와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중립적인 공적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를 도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조정’은 변호사, 변리사, 조정전문가 등 31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 중 해당 사건에 적합한 2명의 위원이 진행한다.

전문 조정위원의 조정으로 갈등이 해결된 사례들(29건)은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과 악취 문제, 담배연기로 인한 간접흡연 문제 등 일상에서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사례가 많았다.

A씨는 강아지 여러 마리를 키우는 윗집 때문에 개 짓는 소리, 악취로 인한 파리·모기 등으로 고통 받았고, 강아지 소변 때문에 베란다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는 피해를 겪었다. 분쟁 조정을 거쳐 A씨와 윗집은 누수 전문가를 통해 누수의 원인을 규명하고 조사 결과를 조치에 적극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B씨는 늦은 밤과 새벽에 옆집에서 넘어오는 담배연기 때문에 오랫동안 힘들어했다. 조정을 통해 옆집 사람은 B씨가 담배연기로 고통을 받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약속했다.

조정을 신청했으나 조정 단계에 가기 전 전문 상담원과의 상담을 통해 갈등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른 경우(29건)도 있었다.

C씨는 낮 시간에 들리는 피아노 소음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소음의 원인자가 C씨를 찾아와 자녀의 심리치료 목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데 입시가 마무리될 때까지만 양해를 바란다며 최대한 조심하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갔다. C씨는 이웃의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며 조정 신청을 취소했다.

D씨는 옆집의 보일러 소음으로 인해 조정을 요청했는데 조정 절차 전 이뤄진 상담을 통해 옆집에서 보일러 위치를 옮겼다. D씨는 연통 방향은 그대로 있어 여전히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보일러 소음을 크게 줄어 조정 신청을 취소했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조정을 신청한 시민들은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충분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했다.

한 상담원은 “상담 전화 중 직접 상대방을 만나지 않고 공공이 알아서 불편함을 해소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조정 과정을 통해 서로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면 갈등 당사자들이 원하는 해결방안을 찾아 보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조정에 참여하고 대화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혁재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 5위로 높은 반면,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다양한 갈등을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공공이 중재자 역할에 나서야 한다”며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는 공적 완충장치로서 당사자 간 화해와 조정의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