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도 못 참은' 층간소음, 민사소송 줄이어

최근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44·사법연수원 23기)가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주민의 차량을 손상시킨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뒤 사직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가카새끼 짬뽕' 등 정치적 소신 발언을 해왔던 이 전 부장판사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과 갈등으로 사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지역 층간소음 상담전화는 하루 평균 43.5건에 육박한다.

이같이 층간소음 분쟁이 빈번해지면서 법적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도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박모씨(37·여)는 지난해 1월 성남구 분당구에 위치한 H아파트 402호를 2년간 임차하기로 오모씨(38)와 계약했다.

박씨는 2살과 5살 된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에 층간소음 문제를 임대차계약 체결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임씨에게 문의했다.

임씨는 박씨에게 "층간소음 문제는 없고 오히려 다락방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고 알렸다.

실제로는 아파트 방음시설이 취약해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했고 아랫층 주민과 자주 분쟁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긴 것이다.

이 말을 믿고 아파트에 입주한 박씨는 입주 직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층에 거주하는 302호 거주자들과 지속적으로 분쟁을 겪게 되었다.

박씨는 방음매트를 설치하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분쟁은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밖에 없었다.

박씨는 이 사건 임대차 계약으로 임대차 보증금, 부동산 중개수수료, 방음매트 설치비용, 이사비용 등 총 1억1600여만원을 지출했다며 임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사봉관)는 박씨가 오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 보증금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761여만원을 지불하라"며 지난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어린 자녀들로 인해 층간소음 문제를 임대차계약 체결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던 박씨에게 층간소음 문제가 없다고 허위로 고지하거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원고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임씨의 책임을 물었다.

다만 임씨의 기망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위자료 500만원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박씨에게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싸움으로 번져 육체적 상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시에 거주하던 이모씨(54·여)는 2011년 12월 아래층에 거주하던 박모씨(38·여)와 층간소음 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됐다.

박씨는 말다툼 끝에 이씨에게 욕설을 하고 아래층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이씨는 이야기를 하자며 박씨의 옷을 잡아 끌었다.

그러자 박씨는 이씨의 왼손을 잡아 비틀어 왼쪽 손가락의 신근 및 힘줄 손상 등 상해를 입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전주지법은 "박씨가 이씨에게 상해를 입혔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박씨와 말다툼을 벌인 뒤 돌아가려는 박씨를 붙잡는 등 싸움의 발단 또는 확대에 기여한 사실이 인정돼 70%의 책임만 물게 됐다.

청주지법도 층간소음 문제로 여러차례 다투다가 약 2주간 치료를 요하는 경부좌상, 찰과상 등을 입힌 안모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