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탓에 이웃집 불 지른 30대男 구속

술에 취해 홧김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단으로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피해 노출상황을 체크하는 등 예방 차원에서 관리해 나가되, 장기간 소음에 시달렸다면 기관을 통해 분쟁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술을 마신 뒤 층간소음 문제로 평소 갈등을 빚던 이웃집에 불을 지른 장모(34)씨를 방화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 1월11일 새벽 4시20분께 층간소음 문제로 자주 다퉜던 윗집 주민 A(36)씨의 집 앞 현관문에 놓여진 유모차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은 현관문과 계단벽 등에 옮겨 붙어 145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10여분 만에 꺼졌다.

문틈으로 새어들어간 연기를 마신 이웃주민 2명이 병원에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깊이 잠들어 있는 밤 늦은 시각인데다, 장씨가 불을 지른 아파트 동에는 총 81세대가 살고있던 터라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는 이날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자주 다퉜던 윗층 주민 A씨가 생각이 나 홧김에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지른 후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장씨는 다자녀를 둔 A씨가 윗층으로 이사 온 뒤로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현재 불을 지른 개연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술에 많이 마셔서 어떻게 불을 질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장씨가 찍힌 폐쇄회로(CC)TV와 통화내역 분석, 거짓말탐지기 반응, 피의자·참고인 신문조서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하는 한편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황증거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다 음주 상태에서 불을 지른 장씨가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싶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단이 돼 이웃간 칼부림을 하거나 불을 지르는 등의 강력사건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층간 소음 문제로 세입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불을 질러 2명을 숨지게 한 70대 집주인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임씨는 지난해 5월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온 세입자 조모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한 나머지 조씨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또 현관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가 불을 질러 조씨의 딸과 그의 남자친구가 숨졌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김모(46)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에 사는 이웃과 다툰 끝에 흉기를 휘둘러 30대 형제 2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시민단체가 갖가지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웃간 갈등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에 사는 가구 비율이 높다. 전체 가구 중 65%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1990년대 이전에는 통상 주택 바닥을 콩자갈로 시공해 방음이 비교적 잘 됐지만, 최근에는 단가가 낮은 '벽식구조'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소음발생 문제가 더 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2005년 114건에서 2011년 362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소음을 완전히 제거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따라서 이웃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층간소음 원인의 70% 이상은 집 안에서 뛰거나 걸을 때 나는 소리다. 카펫이나 소음 방지용 매트 등을 바닥 이동 경로에 깔면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도 슬리퍼를 신고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늦은 시간에는 청소기와 세탁기,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망치질을 하는 등의 소음을 유발하는 행동은 가급적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