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임직원, '소음협회' 만들어 항공소음 용역 수주

21일 국회 국토위 윤호중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항공사 임직원 3명이 '소음협회'를 만들어 협회 관련 업체가 자사 용역을 수주할 수 있게 돕는 등 비리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5월 공항공사 자체감사 결과, 비자금 조성 및 세금탈루에 이용하기 위해 협회를 설립하고 용역 대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의 비리행위가 적발됐지만 해당 혐의자에 대한 징계는 감사 후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소음협회'는 공항공사 임직원 3명과 관련 업체 대표가 주도해서 설립했다． 창립인원 5명 외에 정식 회원을 받지 않았고 사무실도 관련 업체 대표가 운영하는 사무실을 공동으로 이용했다． 협회는 용역입찰방법을 변경하거나 평가위원으로 관련 업체에 최고점을 주는 수법 등으로 2015년부터 군공항 용역과 한국공항공사 용역, 국토교통부 용역 등 약 2억 2000만 원의 8건의 자문과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소음협회가 수주한 용역 대금은 업체 대표의 개인카드 사용 계좌로 이체하거나 업체 대표의 부인 계좌로 입금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비리로 얼룩진 용역들이 △울산공항 항공기 소음평가용역 △여수공항 항공기 소음평가용역 △제2차 공항소음 방지 및 주민지원 중기계획 시행방안 수립용역 등 민간공항 주변 소음지역 주민들의 피해보상에 관한 내용인 점이다． '제2차 공항소음 방지 및 주민지원 중기계획 시행방안 수립용역'의 경우, 본인이 팀장으로 있는 부서의 용역을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협회와 계약을 맺는 전형적인 '셀프용역'으로 용역의 신뢰성과 객관성에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특히 공사에서 발주한 울산·여수공항 용역 사업수주 후 소음협회와 자문계약하고 소음협회에 대가로 입금된 자금 6050만원 중 4917만원을 소음협회의 총무이사인 박모씨의 개인카드 사용계좌로 이체(687만원)하고 이사 문모씨(박씨의 아내) 통장으로 입금(4230만원) 처리하는 등 소음협회 공금을 부당하게 처리 또는 유용하는 것을 묵인·방조했다． 이는 협회 설립시부터 비자금 조성 및 세금탈루 등에 소음협회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윤의원은 밝혔다．

소음협회 회장이자 공사 팀장은 용역 발주 당시 해당 제안서 외부평가위원 후보자를 직접 추천하면서 후보자 9명 중 7명을 소음협회에서 자문 및 용역 등으로 활동 중인 인원으로 추천했다． 결국 최종 선출된 3명 모두 소음협회 관련자였다．

2017년 자체 감사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2017년 5월 공항공사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지만 감사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감사원은 한달 만에 종결처리를 했다． 이후 자체감사 내용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가 소음협회 및 협회장의 횡령·배임 등 위법행위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비리혐의자들도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정상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