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건설폐기물 처리장 이전 님비인가? 생존권인가?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D산업은 안양시에 처리장 이전 신청서를 지난달에만 세차례 제출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집단 반발하고 있다. 처리장 이전 신청서를 접수 받은 안양시는,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세차례나 접수된 신청서를 반려했다.

폐기물 처리장 타당여부에 민원 쇄도

지난 5월 7일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인 D산업은 이날 오전 9시쯤 안양시 호계동 170번지 일대 7086㎡ 잡종지에 처리장을 이전하겠다고 안양시에 신청했다.

현재, 이전 예정지를 사이에 두고 좌측에는 장례식장, 우측에는 자동차 학원이 있다. 자동차 학원은 시외버스 차고지로도 쓰이고 있다.

위로는 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어 차량 소음이 고가 기둥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건너편 공장에서 나는 소음도 60~70m 떨어진 이 곳까지 들려왔다.

가장 가까운 주택가가 직선거리로 약 500여 미터 정도나 떨어져 있고 도로 통행이 않은 곳이지만, 이전 예정지 안쪽 둑 위의 공원이 문제이다.

이전 예정지는, 높이 40m 정도의 둑을 사이에 두고 호계근린공원이 맞닿아 있다. 가파른 경사의 둑을 오르면 공원이 시작된다. 안쪽에는 가로 50m 세로 20m 정도의 작은 광장이 공원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통 소음이나 안양천 건너편에서 나는 소음은 뚝을 위에서는 약간 줄어들뿐 여전했다.

반면 D산업이 10년 넘게 사용한 기존 사업장인 관양동 896번지 일대는 1~2m의 간격으로 아파트형 공장이 밀착돼 있다. 높이 10m 정도의 사업장 펜스가 있었지만 아파트형 공장이 더 높아 사업장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비교적 한적한 이전 예정지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시 관계자는 "기존 처리장 부지는 아파트형 공장과 반도체 공장이 주변에 있고, 진입도로가 마을버스 노선과 겹쳐 교통 혼잡은 물론 환경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D산업은 지난해 10월 이전부지 매매 계약을 하고, 시에는 이전 허가 신청에 앞서 협의 요청서를 보냈다. D산업의 협의 요청에 대해 시가 행정착오로 '허가' 회신을 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갈등의 불이 붙었다.

주민들은 소음은 물론 각종 분진으로 시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게 된다며 주민대책위까지 꾸려 폐기물 처리장 이전을 반대했다. 박용출 주민대책위원장은 "소음과 함께 둑을 넘어 각종 분진과 소음 및 발암물질 같은 유해물질이 공원까지 온다"며 "처리장에서 나오는 각종 폐수가 안양천으로 흘러들어갈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시는 행정 절차상 처리장 이전을 막을 수 없다며 대신 주민 피해가 없도록 소음, 분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D산업도 방음벽과 작업장 일부 돔 설치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주민들은 장기적으로 이 일대 혐오시설을 없애고 안양천까지 근린공원을 확장해야 하는데, 건설폐기물 처리장이 새로 들어서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있는 혐오시설에도 모자라 새로 들어서게되면 이 일대는 슬럼화 될 것"이라며 "주민 편의와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점차 이런 시설들을 주거지와 떨어뜨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