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역주행에 친환경 포장재 `비상`

환경부가 10년여간 추진해 온 합성수지 포장재 감축 규제를 폐기하려 하고 있다. 이에 10여년간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산업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4월 `환경 규제 개혁 추진 방안'을 내놓고 2003년부터 시행 중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내 합성수지 포장재 연차별 감축 의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세월호 사건 등으로 안전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지금까지 폐지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당시 환경부는 "재활용 기술발전 및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운영에 따른 재활용 기반 구축으로 합성수지 용기ㆍ트레이 출고량의 90%가 재활용되는 등 합성수지포장재와 생분해성 포장재를 차별해 규제할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폐지 이유를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합성수지 재활용률 90%의 근거가 명확치 않으며, 규제완화로 친환경 소재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재활용률 90%에는 발전 등 연료용 소각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재활용이라 볼 수 없다"며 "석탄에 비해 1.6배를 더 사용해야 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훨씬 많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소각을 재활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환경오염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공원과 상가, 농지, 주택가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인데 환경부의 재활용 감시는 대기업과 대형마트, 아파트 등에만 한정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재활용된 합성 수지의 위생 상태에 대한 확인 없이 음식물 포장용기 등에 쓰일 경우 심각한 환경호르몬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규제 폐기가 강행될 경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친환경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친환경 소재 개발업체들의 모임인 `환경규제 폐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측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있어야 업계에서도 믿고 따라갈 수 있다"며 "이제 와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개발비용 회수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환경문제를 자국 보호무역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면서,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긴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했음에도 국내에서는 시장이 없어 현재 기술특허 및 공장 건설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경규제 강화는 우리가 미룬다고 세계 시장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오히려 선제적인 대응으로 시장을 키워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