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역 민심을 들어야만 한다"

국방부는 지난 7월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피해 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군 소음법)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전투기 소음피해 보상기준을 수원·대구·광주 등 대도시지역은 85웨클(WECPNL) 이상, 그 밖의 지역은 80웨클 이상으로 정해 놓은 것.

이같은 법안은 국가안보가 우선이라는 전제아래 반세기 가까이 군비행기에서 들리는 소음을 견디며 살아온 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방부는 소음피해 현실을 무시하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소음피해 보상기준을 내놨다는 것이 주민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이 법안은 지난 2009년에도 국회에 제출됐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이 군 소음법으로 그동안 피해를 견디며 살아왔던 수원, 평택, 성남, 대구 등 군 비행장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심력이 생기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군 소음법에 대한 것만은 소홀히 다루고 있지 않다. 군 비행장 이전 관련 법안은 김진표·신장용·김동철(이상 민주)·유승민 의원(새누리) 등 4명의 여야 의원이 각각 제출해 놓고 있다. 또한 국회에는 유승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군비행장 소음 피해 보상안도 마련돼 있다.

주민의 피해 목소리를 직접 가까이서 듣고 있는 지방의회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군용비행장에 따른 피해가 있는 전국 21개 지방의회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군용비행장 피해 공동대응을 위한 지방의회 전국연합회'(약칭 군지련)이 출범한 것. 군용비행장과 관련한 피해를 입고 있는 전국의 22개 지방의회가 모여 설립한 군지련은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입은 주민의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보장되는 새로운 특별법안이 제정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군지련 중심에 박장원 수원시의회 비행특위 위원장이 있다. 재선인 박장원의원은 줄곧 군 비행장 소음과 관련된 일을 추진력있게 해오다 지난달 창립한 군지련 초대회장에 선임됐다. 그저 젊은 패기로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여긴다는 그는 시의원은 보좌관이 없어 아쉽다면서도 자신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박장원 의원 의회 연구실에서 가졌다.

다음은 박장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에코피아뉴스(이하 에) - 현재 의회도 열리고 있는 기간인데 군지련 활동까지 하시니 무척 바쁘실거 같습니다. 우선 군지련이 설립된 취지를 듣고 싶습니다.

박장원의원 (이하 박) - 정식으로 10월 26일에 출범한 군지련은 22개 지방의회가 뭉쳤습니다. 먼저 군지련은 국가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적인 의회가 모인 만큼 군지련은 설립문 2조 의의부분에 국가안보가 최우선가치라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50년이상 참고산 주민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입주민을 위해서 군지련이 창립하게 된겁니다. 또한 2005년부터 소음에 대해 피해보상이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지방의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졌습니다. 특히 수원시의회는 비행특위가 2008년부터 활발하게 움직였는데 그래서 현재 비행특위 위원장인 제가 군지련 회장을 맡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에 - 군지련과 국회의원간에는 조금 다른 행보가 있습니다. 유승민의원이 군용 비행장 소음 피해 보상안을 발의했지만 다른 의원들을 보면 피해보상 보다는 군 비행장 이전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 같습니다.

박 - 역대 20~30년 국회의원의 공약을 보면 거의 모든 수원지역 국회의원이 군 비행장 이전과 비상활주로 부분을 포함시켰는데 오랜 동안 이어져온 공약이다 보니 주민들과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해당 지역 토박이 분들은 군 비행장 이전에 대해 다른 생각입니다. 토박이 분들은 국가안보를 무엇보다 중시합니다. 저보다 연배가 위이신 아버님 세대나 형님 세대는 비행기 소리가 나더라도 남북이 대치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참아보자 하는 의견이 밑바닥에 깔려있어요.

하지만 이분들의 의견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워낙 말씀이 없으신 분들이에요. 이분들보다는 다른 분들의 목소리가 더 커요. 새로 이사오신 분들은 군 비행장 이전을 중시하지만 지역 토착민과 생각이 일치하진 않아요. 토착민에게는 국가안보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이전은 꾸준히 추진되어 왔으나 현실적으로 상당히 힘들다고 봅니다. 군 비행장을 또 옮기자면 국가가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해질 수 있어요.

에 - 그렇다면 군지련에서 피해 지역 주민을 위해서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박 - 지역 주민이 바라는 것은 현실적인 대책과 피해보상, 그리고 소음저감 대책이라고 봅니다. 우리들은 이왕 참은거 조금더 참고 살테니 이중창 등 생색내기 사업만을 벌이려 하지말고 현실적으로 피해 범위도 넓혀서 다 같이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게 지역 민심입니다. 국방부에서 나온 군 소음법은 피해범위 등의 보상기준과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음은 공중소음이어서 피해지역을 무자르듯이 할 수는 없어요. 군지련에서는 이같은 민심을 바탕으로 피해지역을 넓혀 군소음법 철회와 현실적인 소음저감대책, 재산권 보장 차원의 고도제한 완화입니다.

에 - 현재 무소속 의원이신데 중요한 직책을 맡으셨습니다. 22개 지방의회와 뜻을 같이 하려고 하시는데 무소속으로 힘든점은 없으신가요.

박 - 오히려 일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1차, 2차 임원회의 하면서 제가 정리한 내용을 발표했더니 반대하시는 분들이 없으셨습니다. 무소속이라는 점이 강점이었다고 봅니다.

에 - 앞서 군지련에서의 활동은 군소음법 철회, 현실적인 소음저감대책, 고도제한 완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차례차례 말씀해주시죠.

박 - 현재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군 소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도시인 수원, 광주, 대구는 85웨클로 확정하고 나머지 지역은 80웨클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민간항공기의 소음 피해의 경우 75웨클에 맞춰져있죠. 그런데 이것이 10웨클이나 차이나게 된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용 또한 지역 민심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에 - 그럼 두번째로 현실적인 소음저감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박 - 무엇보다도 전략 재배치 문제를 말하고 싶습니다. 성남, 수원, 평택 미 비행장은 같이 다뤄서 전략재배치 문제를 다뤘으면 합니다. 수원에 국한하면 수원은 최전방 비행장이었지만 이제는 비행기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수원비행장은 그 위상이 매우 낮아졌다고 합니다. 시대 상황이 달라졌고 기술개발로 인한 현실적인 전략 재배치를 하면 가장 중요한 소음저감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 - 마지막으로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길 바라시나요.

박 - 대법원의 85웨클 판결은 매우 유감입니다. 게다가 피해지역을 직선적으로 뚝 잘라놓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공중소음을 직선적으로 자를 수 있다는 것은 누가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한 토착민들은 이같은 배상판결에 박탈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사람도 금액이 작아 황당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소음으로 인한 환경적 약자도 약자입니다. 그동안 군 비행기 소음을 참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배상에서 빠져있거나 받아도 금액이 작거나 피해범위가 아니라는 소식을 접한다면 민심이 들끓을 수 밖에 없지요. 지역민들은 보상액을 많이 받자는 뜻이 아니라 국가가 알아주기를 바랐다는 점이 더 큽니다. 이분들에게 보상금액은 단순히 보상액이 아닌 국가가 이분들의 피해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보상지역을 넓혀 적은 액수라도 지역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국가가 알아주기를 원합니다. 이 밖에 보상액만이 아니라 고도제한완화 등 재산권을 좀더 보장해주면 좋겠지요.

에 - 군지련의 요구사항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국방부는 어떤 자세를 취하는게 옳다고 보시는지요.

박 - 비행장 소음 모르고 이사온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한 지역 토착민들도 수십년 동안 비행장 소음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고요. 제가 국방부에게 주장하고 싶은 것은 지역민과의 공감대 형성입니다. 군이 먼저 해야할 것은 바로 이 공감대 형성이라고 봐요. 우선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밑바닥으로 깔리지 않는 한 국방부가 민심을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봐요. 지역민들이 반감을 가졌던 것은 나도 피해를 받는데 왜 나는 피해기준에서 빠져있냐 하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군 당국에서 이해해주기 바라는 겁니다.

에 - 그럼 앞으로 군 당국에 그런 부분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향후 군지련의 활동도 그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나요.

박 - 곧 100만인 서명을 진행합니다. 이 안을 가지고 전국 케이블 티비에서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늦은 감도 있지만 활발히 대선주자 캠프와 연락할 것이고요. 또한 국방부를 상대로 군소음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민심이 모인 지방의원들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군지련 차원에서 계속 연락을 취할 것입니다. 또한 끊임없이 대통령실 및 관련부처에 정책제안을 군지련의 이름으로 할 계획입니다.

에 - 긴시간 동안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박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장원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지역구에서 오래살고 활동도 열심히 해서인지 지역민심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방부의 군소음법제정에 대해 지역 민심을 모른다는 그의 판단은 날카로왔다. 다만 너무 추상적이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민심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돈만으로 쉽게 처리하는 것은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 군지련 활동은 시작단계일 뿐이다. 할일도 많아 보인다. 그가 어떻게 지역 민심을 한군데로 모아 향후 정책으로 결부시킬지 궁굼해진다.